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사랑하지 않는 /송영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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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않는

 

송영숙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미안합니다

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요

시시 때때 빨간 혀를 빼어 물고는

씨실과 날실로

절룩이며 칸칸이 밀물져 오는 당신

어떻게든 사랑해야 하므로 아픈 거죠

우리의 배는 이미 난파되었고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가라앉았고

슬픈 노래만 허공에 남은 거죠

어떡하면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창밖엔 바람이 부는데요

사랑하지 않은 죄밖에 없는 걸요

그러므로 차가울 대로 차가워져서

죽은 듯 살아서

사랑하지 않는 너에게

 

 

 

―시집『하마터면 사랑할 뻔했다』(문화발전소,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