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11시 11분처럼 /강건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23. 20:31
728x90

  11시 11분처럼

 

  강건늘

 

 

  어린 풀들이 11시 11분처럼 곧고 반듯하게 자라난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11시 11분처럼 곧고 반듯한 비가 내린다 수도없이 11시 11분들이 떨어진다 11시 11분과 같은 두 팔과 두 다리로 11시 11분처럼 나란히 한 곳을 응시하며 곧고 반듯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곧고 반듯해서 너무나 곧고 반듯해서 1처럼 고독할 때가 많지 1과 1이 만나면 또 얼마나 고독해지는가 11시 11분 그 눈물겨운 시간은 12시가 되기 위해 49분 동안을 째깍 째 깍 시간을 들어올리고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산도 구름도 모른다는 그 아득한 꼭대기 12시에 이르면 저엄 점 아래로오 아래로 아아 아 허공을 밟으며 땅 구덩이로 떨어지는 토끼 아파트 난간으로 내던져지는 텔레비전 이별의 통보를 받는 그 순간 그 아득한 추락 그러다가는 또 다시 다시금 꼭대기를 향해 째깍 째 깍

 

  그래서 11시 11분과 같은 우리들은 12시를 꿈꾸지

  저어기 45도쯤 하늘을 바라보며

 

 

 

―시집『잠만 자는 방 있습니다』(달아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