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바다는 불바다 되고 /김명이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3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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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불바다 되고
김명이
새벽 3시
캄캄한 바다에
사나운 불길이 치솟았다
부둣가 수협 건물 앞
육지도 아닌 바다에서
펑, 펑, 펑,
연이은 폭발음
온 동네가 발칵 뒤집힌
기관실 기름 탱크 터지는 소리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아
기름은 물 위에서 타고 있었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
119 구급대원들 발 빠르게 달려오고
용광로 같은 불길 속을
목숨 걸고 뛰어드는 소방대원들
위험도 불사하는 용감한 그 행동에 반해
내 손자도 대학 소방과에 지원했다
불길은 이 배에서 저 배로
불화살 되어 휙휙 날아
손쓸 겨를도 없이
삽시간에 번졌다
바다마저 집어삼킨 불바다
알아볼 수 없는 배들의 형체는 참혹했다
수억의 재산을 삼켜버린 화마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크고 작은 7척의 선주들
타버린 흉측한 배처럼
처절한 몸부림이 바닥에 뒹굴었다
―시집『시작이 반이다』(창연시선,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