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퇴적암 전생일기 / 정태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8. 31. 07:05
728x90

  퇴적암 전생일기

 

  정태화

 

 

  발길 이끌리는 데로 흐르다가 들썩이는 숨소리 풍경화에 갇혔다 갇히는 일 매력적으로 스며들었다가 행방불명 후욱 증발하기도 하면서

 

  그랬다 나는 내 마음이 이끌어가는 발자국을 따라갔다 그곳 혈자리 열린 귀 하나를 숭배하는 자, 나는 나를 믿어 섬겼으므로

 

  산하는 주먹 치고 들어간 바람의 자리 화석을 허락했다 화석의 말 그곳에 떠돌이별 불시착하는 자들을 데려와

 

  가-응, 가-응, 수-울-레, 빨려드는 길 휩쓸렸다

 

  달무리 슈퍼문 복제되는 회오리 그때도, 나는 나를 외쳐 부르는 그들과 함께

  후욱 뜨거운 입김 증발하는 자

 

  사라졌다가 와르르

 

  소나기 한줄기 돌아오는, 물의 일생을 살았다

 

  내가 나를 완벽히 가라앉히기 전

 

  스스로 알아서 밟아온 절차가 그랬다는 것이다

 

 

 

―시집『내가 나를 말해도 될까』(상상인,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