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내 늙은 나귀 /김임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9. 1. 17:44
728x90

내 늙은 나귀

 

김임순

 

 

한 주인의 머슴 되어 등을 내준 열여덟 해

그 여력 힘에 부쳐 잘 가다 드러눕네

가자면 가자는 대로 비탈길도 마다 않던

 

헛디뎌 구겨져도 덧댄 상처 감추고

남루한 삶의 여정 묵묵히 지켜준 너

곧 보낼 이별의 예감 난감하고 애처롭다

 

버티고 선 바람따지 겨울비 찔끔거려

빛나던 등 닦여봐도 몰골 더 숭숭하다

공유한 시간의 바퀴 오랜 만큼 아플 줄이야

 

 

 

―시조집『첼로를 품다』(책만드는집,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