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내 늙은 나귀 /김임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9. 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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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늙은 나귀
김임순
한 주인의 머슴 되어 등을 내준 열여덟 해
그 여력 힘에 부쳐 잘 가다 드러눕네
가자면 가자는 대로 비탈길도 마다 않던
헛디뎌 구겨져도 덧댄 상처 감추고
남루한 삶의 여정 묵묵히 지켜준 너
곧 보낼 이별의 예감 난감하고 애처롭다
버티고 선 바람따지 겨울비 찔끔거려
빛나던 등 닦여봐도 몰골 더 숭숭하다
공유한 시간의 바퀴 오랜 만큼 아플 줄이야
―시조집『첼로를 품다』(책만드는집,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