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은행나무 아래 우체통 /김임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9. 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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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아래 우체통

 

김임순

 

 

내게 오렴 사연 품어 오롯이 전할게

노란 잎 천년의 빛 물들어 저무는 강

잊혀진 그림자 하나 그 자리 더 붉어진

 

무심한 발걸음도 설레발을 치던 날

바람만 들락이는 긴 시간 무뎌진 지금

날아든 은행잎 하나 섬광 한 줄 안겨주네

 

내 가난한 시첩도 텅 빈 저 우체통

가을바람 속살대자 각질 같은 쓸쓸함만

입시울 빨간 날이 그리운 네 기다림 읽는다

 

 

 

―시조집『첼로를 품다』(책만드는집,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