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짜글이찌개 /정희경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9. 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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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글이찌개

 

정희경

 

 

벗겨지고 구겨진 어제 같은 양은 냄비

새벽이 끓고 있다 오늘이 졸아든다

호명을 기다리고 선 인력시장 귀퉁이

 

처음부터 자작한 물 침묵에 사라지고

간이 밴 묵은지는 기다림이 뭉근하다

축축한 목장갑들이 연탄불을 둘렀다

 

짜글짜글 끓는 소리 웅성임도 식어간다

졸아들다 눌어붙은 벌건 양념 그 위로

눈발이 하얀 눈물이 사선으로 내린다

 

 

 

―시조집『해바라기를 두고 내렸다』(책만드는집,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