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빗소리에 관한 편견 /강희안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9. 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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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에 관한 편견

 

  강희안

 

 

  부침개를 구울 때마다 물끄러미 창밖을 응시하는 습관이 있다 수직으로 죽어간 빗방울의 영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온 집안 들끓는 빗소리에 라디오를 켜는 버릇도 있다 잡음잡음 잡히는 그의 아릿한 살내음, 비 오는 날 부침개가 그리운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주파수를 맞추지 못해 화르르 제 몸을 뒤집어야 하는 저 뜨거운 몸을 보라 투명한 분계선을 넘나드는 빗소리, 외마디 돌의 비명이 새겨진 유리창엔 사랑을 깊이한 눈망울도 맺혀 있다

 

  또록또록 빗방울 받아 적은 유리의 기술이다

 

 

 

―시집『너트의 블랙홀』(포지션.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