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계림에서 하루몽 /곽도경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9. 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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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에서 하루몽

 

곽도경

 

 

그 숲에서 닭이 울고

제 몸의 90%를 잃은 회화나무가 운다

 

1300년을 살았어도

새잎을 피우는 경이 넋 잃고 보다가

길 잃은 여자

숲을 헤매다 쓰러져 잠이 들고

 

신라의 옷을 입은 여인이

빛을 따라가 당도한 곳에서

금궤 속 사내아이가 운다

 

계림의 장막을 걷어내며

아이를 안은 여인이 걸어 나온 이곳

2021년 경주

사라지지 않는 서라벌의 땅

 

 

―계간『詩하늘 103』(2021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