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어머니의 꽃밭―치매 /송병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0. 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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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꽃밭

―치매

 

송병호

 

 

식탁에 꽃이 앉아 있다

 

 

꽃은 꽃 저 닮은 꽃 그대로인데

내일 아침이면 사라지더라도

또 다른 꽃이 저 닮은 꽃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침대 위에 인형이 누워있다

인형은 애써 사람을 닮았다

 

홀사랑 그리 크셨을까 새벽교회

무릎으로 기도하시던

권사님 우리 어머니, 그녀가 지금

그분을 더 이상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인형 닮은 사람이 되어 있다

 

영혼이 방전된 어둠의 그늘에서

깜깜한 기억이 스쳐 지나간,

 

시차의 잃어버린 시절을 좇아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시집『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상상인,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