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꽃을 스치고 죽음을 스치고 /최문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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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스치고 죽음을 스치고
최문자
꽃은 죽음을 모른다네
꽃들이
그렇듯 피면
죽음조차 빛난다
깊은 밤
이 밤을 다 마시고도 괘종시계는 그 자리에 서있었지
창문을 열면
거기도 꽃과 죽음이 가득해
이 거리에서
죽음을 스친 꽃들은 모두 내가 가질게
꽃은 죽음을 모른다네
지구 모퉁이마다 죽은 자들 누군지 알 수 없고
몰려다니며 피는 더 아름다운 저 꽃들
꽃은 오늘
피려는 것인가 떨어져 죽음에 스치려는 것인가
바이러스로 희망을 뒤엎는 엔딩
요즘 목숨이 꽃잎처럼 자주 떨어지는데
누가 꽃을 스치는 이 죽음을 해명해주나
죽어본 적도 없는데
머나먼 지구 어느 나라의 언어로 죽어가는 그 나라의 꽃들과 그 나라 사람들 얼굴과 떠오르는 마지막을
나는 알 수 없다네
―『서정과 현실』(2021. 하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