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4) / 사육과 식욕 - 조동범의 ‘양어장’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2. 20:35
728x90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4) / 사육과 식욕 - 조동범의 ‘양어장’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4) / 사육과 식욕 - 조동범의 ‘양어장’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4) / 사육과 식욕 - 조동범의 ‘양어장’ 

 

양어장

조동범 


죽음을 맞으며 생선은 비로소 바다를 보았다 
은빛 오후를 만들어내는 양어장의 평화로운 순간 
생선은 탄력적으로 죽음을 퉁겨내며 
잔잔하게 빛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를 둘러싼 그물이 
넘실대는 생선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다 
먼 바다를 꿈꾸지도 못하고 
양어장을 맴돌던 생선 
생선은 평생을 맴돌았던 바다를 뚝뚝 흘리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비늘 깊이 박히는 그물의 
촘촘한 공포가 지나간다 
양어장 너머의 들판이 고요하게 나부낀다 
들판을 바라보는 생선은 
아득한 울렁임을 경험한다 
들판이 나부낄 때마다 
생선의 비늘 깊숙이 담긴 바다가 일렁인다 
비늘 속으로 일렁이며 
아득히 사라진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05. 7-8)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4) / 사육과 식욕 - 조동범의 ‘양어장’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해설>

나의 유년시절, 동네 집집마다 키우는 똥개가 그랬다. 주인이 오면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난리를 치지만 주인은 복날이 되면 식용으로 개를 잡아먹었다. 고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흠씬 두드려 패서. 

애당초 물고기는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가 바다에서 죽게끔 되어 있는 생물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것들이 있어 물고기들을 키워서 잡아먹겠다는 욕심으로 그물을 쳐서 양어장을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평화로운 양어장이지만 생선의 입장에 서본다면 끔찍한 옥살이일 수 있는 법이다. 

시 전체가 은유로 되어 있어 무척 싱싱한 느낌을 주고, 특히 제3~6행이 비늘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생선에게 인격을 부여한 시인의 의도가 공감을 주는 상큼한 감각의 시인데 특히 이 시는 시각적 이미지가 뛰어나다.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