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바닥이 없는 강 /전순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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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없는 강
전순영
여름날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가던 뇌우가 평생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는 그물망 속으로 빠지고 있었다
하늘아래 하나뿐인 강바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의 가슴을 가득 매운 빨간 꽃씨를 심으려고
실낱같은 길이 끊어졌다 이어지고 궤도를 돌며 흘러갔다
생의 매듭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가는 그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그녀에게 혼을 바쳤다
그녀가 가는 곳이면 어디고 날아가
내 생이 끝나는 날 까지 당신을 바라볼 겁니다
그는 그녀의 일부가 되어 이 세상에서 내 유일한 나라고
그가 생의 진창을 떠돌아다니는 것도 그녀를 바라볼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없으면 숨을 쉴 수가 없어요
그녀가 거처를 옮겨가면 그도 뒤를 따라 먼발치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나의 숨이라고 전 유물을 넘겨주었다
참사랑은 혁명이 아닐까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그 앞에는 찬란한 깃발이 하늘 높이 펄럭였다
그가 품었던 꽃씨는 피우지 못한 피멍울로 맺혀
신의 입맞춤이 차가운 대리석 이마에서 불타고 있다
그대 침향을 나에게도 물들여 주오 그대 영혼의 빛을 내 영혼에도
비춰주기를...
다 바치고 눈을 감으며 묻는다
그대는 강바닥에 닿아 보았는가?
―웹진『시인광장』(2021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