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낙월도 민박집 /안규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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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월도 민박집

 

안규례

 

 

피서객이 머물다 떠나간 빈집은

사방에서 밀고 들어온 바람이 방마다 눌러앉는다

 

길게 누운 백사장을 밝으며

습관처럼 갯바위에 걸터앉은 그녀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혼자의 대화에 익숙해져 있다

 

칠 년 전 그날처럼 빗방울을 탄 언어들이 바다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바다로 간 사내는 포구의 길을 잃었을까

 

동남아 여행 가자던 휴대전화 속 약속은

빛바랜 서랍 속에 잠이 들었고

만선을 향한 그의 꿈은 난바다에 묶여 있다

 

한여름 긴 햇살 아래

가묘를 우북이 덮고 있는 풀들이

그녀의 그림자를 밟고 있다

 

 

시집눈물, 혹은 노래(도서출판 청어,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