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소래포구 스케치 /명서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2. 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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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스케치

 

명서영

  

 

짭조름한 아침

“어물전 망신 꼴뚜기유

제 맴은 덤 이유”

비린내를 가득 물은 구름이 밀물진 바닷가

포구 앞 굴비처럼 늘어선 인파 속

팔딱팔딱 뛰는 상인들

앞에는 수북이 쌓인 꼴뚜기가

날개 돋친 듯

사람들의 시장바구니 속으로 옮겨 타고 있다

“첨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음용”

꽃게발가락처럼 크게 벌린 상인

손가락이 꼼짝없이 지폐에 물려 쓰러진다

근심과 한숨은 다들 집에 놓고 온 듯

이곳에서는 식민지가 된 웃음

활짝 편 얼굴과 싱싱한 소리를 한 아름씩 담아가는 사람들

뒤로 지느러미를 포구에 담근 소래산이

구름을 걷어 올려 머리를 내밀고 있다

 

 

 

―『두레문학』(2021, 하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