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내 사랑은 안녕하다 /이우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2. 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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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안녕하다
이우디
햇살이 햅쌀처럼 부신 12월,
발치에 서면
청어 한 마리 굽고 싶다
그 많은 가시 바짝 구워 통째로 먹고 싶다
그 많은 해와 달을 꼭꼭 씹어 먹고 싶은 거다
난 오늘 너를 구울 것이다
혀 짧은 정종 대신 묵은 이화주 한 잔 곁들여
얼근하게 취하려 한다
어렴풋이 떠오는 달빛에 질질 끌려가는 한밤
날 아프게 하려 너 아픈 거라면, 아서라
‘나’ 없으면 세상도 없는 법
사랑하려거든 나처럼
오지게 슬픔까지 그러안은 꽃들처럼 당당하게 하라
치사랑의 그리움으로 비칠대는 나를 울어라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나비야 동요 가사에서.
ㅡ시집『수식은 잊어요』(황금알,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