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2.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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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역

 

김청수

 

 

누군가 자동차를 타고 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가는

누군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 잉어를 잡고 놀다가는

누군가 모래사장에서 족구를 하고 가는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강가를 달려가는

누군가 메뚜기를 잡고 놀다가는

누군가는 우수에 젖은 눈으로

벤치에 앉아 그리운 이에게

전화를 하고 가는

 

가난 속에서 꿈을 찾아

이역만리異域萬里 날아온 수많은 이방인들

다산주물공단에서 노동의 형제로 만나

 

오늘은 캔 맥주 하나씩 마시고

마음속 이야기보따리를

별빛 역에 풀어 놓고

 

별들은 오래 떠돌다, 잭슨의 흉내를 내다가

몸이 먼저 지쳐 저녁이라는 춤 속으로 걸어가는

 

 

 

―계간『詩하늘 102』(2021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