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그 새의 혀 /조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2.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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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의 혀
조정
그 새는 장돌뱅이의 주인이다
파장파장 어스름의 이마를 깎아 던진 표창이 덜미에 꽂히며 하루를 떨어 그새
파란만장의 뒤꿈치, 사무침을 통제하는 선율, 흰 사발에 담긴 혼서지가 흔들렸다
가다 댓돌에 앉았다
멈춘 자리가 절이다
사슴이 들보에서 그네를 타고 서까래 오가며 가릉빈가가 생황을 불었다
나무나무 가릉빈가여 꽃 핀 문살에 골몰이 스미지 못하게 하라
수레는 가벼운 적 없었다
마른 향초를 묶거나 옥사 비단을 싣거나 바퀴 아래 달빛이 출렁이거나
쉴만하면 부서지고 멈출만하면 깨졌다
울음 하나에 장 하나
그 새는 길의 구음이었다
터질 듯 터지지 않아 마수걸이 쪼는 맛이 뒤 패를 당겨오는 낌새
찻잔 시울에 입술을 대면 뜨거운 차가 그를 마셨다
바람 불고 차일 날아가는 후생의 횡격막에 연두연두
녹나무 새순이 돋았다
ㅡ『시산맥』(2021,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