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가는 날이 장날 /박제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 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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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
박제영
장똘뱅이들은 본디 집도 고향도 없니라
이 장에서 사흘 살고 저 장에서 닷새 살고
평생을 번지 없이 살았니라
그리 한 생이 갔니라
아라리 고갯길이 뭔 줄 아나
애시당초 길이 아니었네라
장똘뱅이들이 수수백 년 밟아 맹근 길이네라
그니들이 아라리 부르며 넘다 눕다 생긴 고갯길
그기 아라리 고개니라
신식길이 나기 전엔 말이다
엔간한 고갯길은 다 그니들이 맹근기라
방방곡곡 고개란 고개는 다 아리라고개였니라
우리 강생이 북망고개가 뭔 줄 아나
이 할미가 넘을 마지막 아라리 고개니라
평생 떠돌다이제 재우 번지 찾아 넘는 것이니
할미는 원도 한도 없니라
가는 날이 장날인데
장똘뱅이가 무얼 더 바라겠노
―시집『안녕, 오타 벵가』(달아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