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혼자의 팬데믹 /이문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 20. 20:48
728x90

혼자의 팬데믹

이문재


혼자 살아본 적 없는
혼자가 혼자 살고 있다

혼자 떠나본 적이 없는
혼자가 저 혼자 떠나고 있다

혼자가 혼자들 틈에서 저 혼자
혼자들을 두고 혼자가 자기 혼자 

사람답게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저마다 삶을 살고 있다

춤과 노래가 생겨난 이래
지구 곳곳에서 마음 안팎에서
처음 마주하는 사태다

이 낯선 처음이 마지막인지
아니면 이것이 진정 새로운 처음인지
혼자서는 깨닫기 힘든 혼자의 팬데믹이다



ㅡ 시집혼자의 넓이(창작과비평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