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만두 /박해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11. 16:54
728x90
만두
박해람
칠흑 같은 어둠을 집어넣고 빚은 만두를 먹는 저녁은 캄캄하고 혀들은 덜그럭거리고 정전의 한때는 검은 국물처럼 뜨겁다
그릇에서 식지 말고 떠날 것 아니, 그러지 말고 검은 어둠으로 잠시 머물 것 양면의 집착은 없다 반을 여밀 때 그것들은 집착이 아니라 접착이 된다
실연을 하고 만두를 먹었다
밥상에 반죽을 밀어놓고 컵으로 원을 떠낸 달을 반으로 접으면 보름이나 혹은 월초 같은 건더기가 불룩한 만두가 되었다 그걸 하루에 한 단어씩 아껴 먹었다 그릇을 씻고 입안을 헹궈 내면 수챗구멍이 환했다
날개를 모아다 보관하기도 했고 밤의 찬 공기들이 터질 듯 들어있기도 했다. 만두는 빚어지는 방식을 편애하지 않았다
공평한 숫자가 담긴 그릇을 앞에 놓고 밝은 몸에 들어 기어이 검은 그림자를 끄집어내고야 마는 반으로 접힌 만두, 다시 불이 들어오고 꼭 누군가 밥상에 같이 앉았던 것 같은 흔적이 있다
그때 귀를 만지면 가려운 귀와 아픈 귀가 서로 다르다 만두를 많이 먹는 계절에는 귀 없이 지내야 한다
―시집『여름밤위원회』(시인의일요일시집,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