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샤이닝 /하재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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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하재연
겨울 숲 입구에서 널 마주친다
동굴의 아치처럼 눈가지가 예뻤고 네가 나를 따라
얕은 우물 모양 발자국을 찍으면
빛나는 언 강과
고요하고 다정한 묘지
너를 만나기 전의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시간이
나에게 온다
검은 돌에 흰 비명으로
새겨지듯
눈송이를 타고 떨어져 내리는
간유리 같은 내일들
너는 블랙
너는 하양
너는 어둠
너는 눈송이
너는
까만빛
속에
꿈을 꾸지 않아도
우리의 계절이 계속해서 끝나간다
겨울 숲은
내일의 대기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북극의 최후의 빙하처럼
한낮에 부는 바람처럼 너의 한 줌 한숨처럼
―『시산맥』(2021,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