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동백지다, 미황사 /최도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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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지다, 미황사

 

최도선

 

 

스님, 스님! 들리셔요 아름다운 저 소 울음

허 허 그 소리는 땅이 흘들리는 소리란다

어둠과 빛이 부딪혀 몸을 트는 소리구나

 

봐라, 저기 붉은 빛 봉우리와 흰 기암들

봐라, 이 곳 산자락을 둘러친 사철나무

태초의 태초가 아닌 여기 토말土末에서 빛이 나는

 

기척도 없는 달밤 잠시 쉬어 가고자 해

짐도 풀지 못한 몸이 별빛 속에 잠이 들어

한잠을 자고 깨보니 새하얀 절집이다

 

달마는 산도 들도 바닷가 거북이도

모두가 한 몸이라 드는 객을 반겨 맞아

춘동백冬春栢 현현玄玄의 바다, 발 딛는 곳 화엄이다

 

속엣말 다스리려 침묵에 든 나한 존자

어둠에 몸을 씻고 샛별에 깨친 이마

동백의 붉은 뒤꿈치 본다 추녀 끝에 나앉아

 

스님, 스님! 보셔요. 동백이 지고 있어요

허, 소등을 타고 해가 서산 넘나 보다

지는 건 하나도 없다 별도 예와 눕는다

 

 

 

―『나래시조』(2021.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