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살구처럼 /서수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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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처럼
서수찬
살구는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이 달고
더 맛있다고 한다
나무에 붙은 열매는
그만큼 욕심을 붙잡고 있어서
열매에 대한 애착이 심해서
떫고 맛이 없다고 한다
살구 밭에서
평생 살던 사람이 알려주었다
내 시집에서 떨어져 나간 시가
인터넷에서 마구 굴러 다니고
밟히고
어떤 것은 제목까지 바뀌어 있는 것이
희한하게
더 맛있고 달곤 했다
내 것이란 생각을 잊고 산 후였다.
―시집『버스 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시인동네,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