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버스 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 /서수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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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
서수찬
소래를 지나가는 버스는
아직도 불심검문을 한다
무슨 사상을 숨기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죄다 검은 비닐봉지에다
꽃게나 새우를 숨기고 탄다
문제는 꽃게나 새우가
집게다리나 수염을 이용해서 슬그머니
승객들에게 냄새 테러를 가한다는 데 있다
지독하다
그러니까 검은 비닐봉지는
사상을 가린다
소래 어물전 상인들도
무슨 부끄러워할 일도 아닌데
하루 종일 일한 작업복과
작업복을 따라온 비린내를
검은 비닐봉지에다 숨기고 타는지
검문하면 화부터 낸다
소래 사람도 못 믿냐고
그래 검은 비닐봉지가 당신들을
못 믿게 만든다고
시인들도 못 믿냐고
그래 당신들이 쓴 시가
검은 비닐봉지처럼 모두다 가려서
그런다고
―시집『버스 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시인동네,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