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냄새의 사회학 /전금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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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사회학 

 

전금례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 것인가

얼마나 수상한 기미가 될 것인가

 

아, 숨이 막혔다

생선 눈알에 괸 구더기 냄새가 희다

분홍 스웨터에 걸려 죽은 박새 냄새가 검다

풀씨처럼 말라있는 냄새,

마른 냄새가 길을 덮고 있다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냄새 하나 이루려고 한 것들아

우리는 냄새를 끼고 살고 있었다

냄새는 살아있다는 증거

그러나 애벌레처럼 고독사 한 냄새도 있다

 

냄새는 불씨를 가지고 있다

오래 바라다보면 눈이 빨개진다

검은 봉지에 담겨있는 저것,

꿈틀거리는데, 뭔가 튕겨져 나올 것 같았다

 

11층의 냄새와

4층의 냄새가 만나 가끔 멱살을 잡기도 했다

 

 

 

―『시와소금』(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