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내 가슴 안에 새털구름 날갯짓들이여​ /이혜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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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 안에 새털구름 날갯짓들이여

이혜수

 

 

그래, 그래요

내 가슴 안은 새털구름 새장속이에요

갇힌 새들이 갈빗대에 부딪히며 푸덕거리죠

어쩔 수 없어요, 아려오는 가슴에도

꺼내줄 수는 없어요 나를

새들도 몸은 야위고 졸아들어

날개만으로 푸덕거리는 거예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죠,

하늘이 시퍼런 가을 어느 하루에야

내 갈비뼈들은 사이사이 벌어지고 날개

하얀 날개들이 가슴을 빠져나와 날아오르는 거예요

 

아, 하늘 벽에 촘촘히 박히는

내 가슴 유리새, 저리도 희디흰 날갯짓들을 본적이 있나요

후후, 사람들은 그런 나를 새털구름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텅-비어버린 가슴 웅크리고 웅크려

겨울로 말라가는 내 몸, 나의 날개

나는 알아요, 나려오는 눈이 하얀 하얀 까닭을

내 가슴새 깃털들이, 하나둘씩 뽑혀 하염없이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걸

 

끝끝내

내 야윈 가슴으로 폴 폴 폴 내려와

녹아지며 눈물 눈물꽃으로 스러지는 까닭을

 

 

―웹진『시인광장』(2022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