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백신과 돈가스 /김외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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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과 돈가스

   

김외숙

        

 

백신을 맞고 왕돈가스를 주문했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왼팔에 주사를 맞았는데 오른팔이 아프다

벽과 마주 앉았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절대로 마스크를 벗지 마세요

 

입은 꼭 다물고 안심전화는 필수지요

메뉴판보다 더 많은 문구들

입은 음식을 먹는 일에만 사용하라는 말

벽에게 말을 걸고 싶다

돈가스는 전투적으로 썰어 먹어야 제 맛인데

빨리 먹고 나가라는 듯

썰어져 나왔다

넓은 가게 한구석에 앉아 있는 내가

커다란 접시에 놓인 단무지 한 조각 같다

배고픔은 쓸쓸한 일이다

벽을 장식하고 있는 과장된 문구들과

한 점의 큼직한 고기를 씹는다

입으로 느낄 수 없는 샛노란 맛이다

나는 벽과 조용히 맛을 논했다

 

 

 

―웹진『시인광장』(2022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