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방치된 연못 /황명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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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연못
황명자
거절이 힘들 때
당분간이란 전제를 붙인다
당분간 헤어져 있자
당분간 생각해볼게
당분간, 당분간,
어린 연못은 무논을 당분간만 연못으로 두겠다는
관할구의 방치된 공간이었지만
당분간이란 어림없다
물빛에 어룽지는 해와 달의 속내를
알 길 없어 내뱉고 보는
허무맹랑한 처사이다
밤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린 연못의 명치 아래서
콜록콜록 올라오는 진흙들의 기침 소리에
연못 안 모든 생물들 그만,
단숨에 깨어나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다
어린 연못에는 매일매일 힘찬 도약을 하는
독수리의 날갯짓과도 같은 에너지가
무궁무진 넘쳐난다는 걸 알 리 없다
어린 연못에게 당분간은 금기어처럼
말해서는 안 될 약속이다
―시집『당분간』(‘詩와에세이,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