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새를 찾으러 갔다 /홍순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3.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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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찾으러 갔다
홍순영
새는 사이에 산다고 한다
너와 나의 늑골 사이에
너의 눈썹과 눈썹 사이에
책장 속, 나무들 사이에
외투 속에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지난 계절, 너의 늑골 사이에 들어앉은 새
풍경이 될 수 없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그림
새의 부리로 쓴 편지는
심장 위에 떨군 점자처럼 불규칙하다
새를 찾아 저수지를 찾는 발걸음만큼
깃털 수는 늘어나고
외투를 벗자 우수수 떨어지는 말들
메마른 깃털 위에 모자를 씌워준다
모자 아래로 흐르는 검은 눈동자
나를 부른다
한때, 너와 내가 함께 바라본 새는
손과 손 사이, 아스라이 빚어내던 한 마리 새는
시간의 틈새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새는
멀어진 우리 사이에 아직도 산다고 한다
―웹진『시인광장』(2022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