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봄밤의 건축가 /송연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3. 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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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건축가

   

송연숙

 

 

소쩍새가 망치를 두드려

후동리 밤하늘에 구멍을 내고 있다

소쩍소쩍 두드린 자리마다

노랗게 별이 쏟아지는 걸 보니

아마 그리움을 건축하는 중인가 보다

 

노랗게 황달을 앓으며 어머닌 별처럼 익어가셨다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

세상사 조심해라, 시던 어머니

아버지가 잘못 밟아 터져버린 먹구름 솔기

등으로 그 빗줄기 묵묵하게 막아내던 어머니

어머니의 구부린 등 안쪽은

언제나 따듯한 방이었고, 옷이었고, 밥상이었다

조심조심 구름을 살피며 발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나도 정년을 바라본다

 

사회에 나가거든 한 우물만 파거라

주문처럼 당부하시던 어머니

40년 한 우물만 파서

처자식 목마르지 않게 건사하였다

잘 살 았다는 안도의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흰 구름 되어 떠나신 엄마

자식을 위해 구부렸던 등을 이제야 하얗게 풀어놓으신다

 

소쩍새의 망치질 소리를 따라 세다가

솟아나는 별의 이마를 깨끗하게 닦아주다가

내 머리끝으로도 구름 한 자락

하얗게 내려앉는 새벽이다

 

 

 

―웹진『시인광장』(2022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