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고비에서 /고운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3. 26. 12:59
728x90

고비에서

고운기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와야 주유하는 습관은 가난한 시절의 유산

눈금이 줄 때마다 가슴 졸이고
기름을 채우면 지갑이 비던

그래도 궁핍 앞에 꺾이지 않고 노래한 날은 다시 부르지 말자

어언, 벗들은 가난을 싫어하고
가난한 노래를 싫어하고

그들의 낯선 혼잣말을 듣는 내가 있다

봄이 오면 옛 마을의 전당포에 옷 잡혀*
나는 매콤한 풀 뜯고 자란 양고기 소주 한 잔으로 슴슴할 것이다

*두보(杜甫)의 「곡강(曲江)」에 술 사려 ‘봄옷을 잡힌다’는 구절이 있음.

 

ㅡ『문학동네』(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