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봄날의 언어 /문무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3. 3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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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언어

 

문무학

 

 

코로나 19 가고 봄이 오면 누부야

청보리 넘실대는 고향 한번 가보자

엄마가 게 먼저 와서 기다릴지 모른다.

 

고샅길에 발 들이면 호미 든 울엄마가

그만 그 논두렁에 털퍼득 주저 앉아

―야들아 우짠일이고 너거가 우짠 일고,

 

니 손잡고 내 손잡고 허리 굽은 울엄마가

―아침에 감낭게서 까치가 울어쌓티

―너거가 이래 온다고 그래 울어 댔구나.

 

―밥은 문나 우쨌노 온다고 배고프제

―쑥 한 웅큼 캐놨다 쑥국 끓여 밥 묵자

―야들아, 너거가 온께 사람 사는 집 같다.

 

―야들아 뭐라카노 그 얄궃은 돌림병에

―오도가도 못하고 너거도 참 답답했제

―그래도 너거가 괜찬은께 얼매나 다행이고

 

―어지는 웃담에 너거 친구 순이가

―친정에 왔다 가미, 니 안부를 묻더라

―오거든 전해 주꾸마 그카고 보냈다

 

누부야 고향 가면 울 엄마가 이러겠제

읽을 만큼 읽어 보고 쓸 만큼도 써봤는데

울엄마 사투리보다 더 좋은 시 없더라.

 

 

―『정형시학』 (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