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4. 1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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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숭아

 

이성임

 

 

계절안으로 창을 내며 또 다른 계절이 찾아왔다

청명 근처 눈을 감고 서 있다

벌린 양팔 사이 은빛 머릿결을 뽐내며

봄바람이 지나간다 몸속 단전에 땅심이 모인다

누군가 씨방 깊숙이 심어놓은 별 하나, 푸르게 한 획을 긋는다

누추한 계보를 자르고 잘라내어도 당차게 밀고 올라와

서쪽하늘로 자꾸 기어오른다

허공 저편 또 무엇을 두고 온 것일까

황도, 황소자리별이라도 물어오려는 걸까

꽃을 쥔 주먹을 펴 보면 아직은 아릿한 세 번째 춘분점

툭, 시퍼런 개복숭아 한 알이 복숭아뼈를 치며 말을 걸어온다

한 입 깨물어보니 시고 떫은 즙을 뱉어낸다

 

 

 

―시집『나무가 몸을 열다』(현대시학시인선,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