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수첩 /임영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4. 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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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임영석

 

 

반으로 접혀있는 수첩을 펼 때마다

빼곡히 적어 놓은 가슴속의 기억들이

삶의 향 가득 물고서 나비처럼 퍼덕인다

 

내 허물을 덮기 위해 기록된 흔적들이

얼룩무늬 나비처럼 회한悔恨을 품고 품어

어제를 폈다 접으며 두 날개를 움직인다

 

씨줄 같은 날에는 밑줄을 그어놓고

날줄 같은 날에는 둥그런 원을 그려

삶이란 꽃 한송이를 찾아가고 있었다

 

이젠 나도 내 손톱에 더듬이를 길게 늘여

얼룩무늬 나비처럼 삶의 꽃을 읽어 내어

너에게 다가갈 때는 내 영혼을 다 주리라

 

 

 

―『나래시조』(29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