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사람의 마을 /권서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5. 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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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을
권서각
우리가 나무에 들어갈 수 없지만
우리가 숲에는 들어갈 수 있다
나무는 혼자서는 숲이 될 수 없지만
나무는 여럿이 모여 숲을 이룬다
사람 또한 숲에 들면
나무와 더불어 숲이 된다
멀리서 숲으로 바람이 불어오면
풀과 나무와 사람이
벅찬 화음으로 노래하고
도도히 일렁이며 군무를 한다
사람의 마을도 저와 같아서
들어오는 이 막지 아니하고
떠나려 하는 이 잡지 아니고
집집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
봉창마다 따스한 등불을 밝힌다
ㅡ 『시와 경계』(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