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풍뎅이 /최양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5. 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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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뎅이 

 

최양숙

 

 

오늘은 모자 가게 창고로 갈 거예요

좀이 슨 모자 쓰고 살금살금 나와서

그늘을 지나간다면 날개가 커질까요

 

빗방울에 부딪히며 떨어진 꽃잎들과

챙 아래 흐르는 물 끈으로 툭툭 털고

꽃집에 사는 친구를 모처럼 찾아갑니다

 

야근으로 퉁퉁 부어 단잠을 자고 있어요

뱃속이 가려운지 간간이 꿈틀거리고요

엎어진 냄비 안에는 공벌레만 가득해요

 

늘어진 켄차야자로 햇살을 가려줍니다

모아둔 치자 향은 창가에 매달았어요

내일은 냅킨이 예쁜 카페로 갈 거예요

 

 

 

ㅡ『시와 소금』(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