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이상한 베란다 /최금녀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6. 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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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베란다 

최금녀  

 

​내게는 베란다가 있다  

​컵에 술을 채우고 물처럼 마셔도 취하지 않는 베란다가 있다 

​아직 시를 써요? 배란다가 내게 물었다  

​주머니에 두손을 넣고 볼펜을 사고 산책을 하는 나에게 

​누가이곳에 의자를 놓았어  

​멀리 온 것은 좋은 일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의자에 앉았다 

매달릴 수 없는 베란다  

​구름만 보이는 베란다  

​유리컵에 술을 채우고 가는 베란다  

​술을 물처럼 마셔도 취하지 않는 베란다  

​그 베란다가 내게 물었다  

​아직 시를 써요?  

​질문보다 높은 곳에 있는 나의 베란다

 

 

 

―월간『월간문학』(2020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