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붉은병꽃나무 /안도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6. 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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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병꽃나무
안도현
고양이가 그늘 아래 오래 앉아 있었고
고양이가 나무의 발목을 자주 핥아서 붉은 꽃이 피었다
나는 고양이 혀를 뽑아서 꽃병에 꽂았다
무슨 꽃이냐 물으면 고양이 혓바닥꽃이라고 말할 생각이다
거실의 꽃이 시들어 바깥의 고양이는 울지 못했다
방안에서 아기가 야옹하고 대신 울었다
난로에 장작을 넣었더니 나무가 혀를 꺼내 불꽃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붉은병꽃나무가 꽃을 피웠으니 보러 오라고 그에게 알렸다
ㅡ 『시에』(2022,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