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물의 호적부 /한소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6. 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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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호적부
한소리
풀이 풀을 낳고 벌레가 벌레를 낳아
새들과 몸을 섞은 지 일억오천 년
연못에 넓은 치마 펼쳐놓고
꽃불의 창을 들어
칠십만 평 휘어잡는 가시연꽃
납지리 장다리물떼새
반딧불이도 볼을 비빌 수 없는데
부들, 붕어마름도 오만한 자태에 기가 찬다는데
달도 이마를 찧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피해 가는데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가시가 가시로 벌레를 기르며
몸이 잠겨도 얼굴은 쏙쏙 내미는 수생식물들
따오기 독수리가 아무리 찍어 올려도
그날이 그날인 수심은 꿈쩍 않는다
밤마다 날벌레와 어우러져
젖는 줄도 모른다
람사르협회에 호적부를 건
우포늪은 오늘도 평화롭다
―시집『햇살소지자』(상상인,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