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7. 2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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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양애경

 

 

​둘이 같이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문득 정신 차려 보니

혼자 걷고 있습니다

어느 골목에서 다시 만나지겠지

앞으로 더 걷다가

갈증이 나서

목을 축일 만한 가게라도 만나지겠지

앞으로 더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참 많이도 왔습니다

인연이 끝나고

계속 앞으로 걸어간다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온 길을 되짚어 걸어가야 합니다

많이 왔을수록

혼자 돌아가는 길이 멉니다

 

 

​​​―나민애 엮음『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밥북,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