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사기를 읽는 밤 ―족보 /권갑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7. 2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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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읽는 밤

족보

 

권갑하

 

 

어머니는 족보를 하늘로 갖고 가셨다

 

도난 당하거나 불에 탈지 모른다며 

 

천칭좌 저울 밑에다 안전하게 숨기셨다 

 

밤이면 하늘을 따라 담배를 피우시던

 

아버지 한 생애마저 하늘로 오르신 뒤 

 

손주들 이름 새긴 증보판이 나왔다 

 

밤이면 불 밝히고 계보를 외는 어머니 

 

아버지가 미리내의 견우별로 반짝이면 

 

나는 또 밤하늘 향해 담뱃불을 당긴다

 

 

 

―『나래시조』(2022,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