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인을 위한 파반느 /유종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8. 3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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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인을 위한 파반느
유종인
백발의 저 노인은 백 년 전도 백발 같아
앞서 가 뒤돌아보니 자작나무 풍채인 게
거뭇한 옹이 마디에
웅숭깊은 눈을 떴네
공중의 어느 좌표에 화장실을 세워놓고
새들은 꼭 그 자리서 뒷일을 보는갑다
흰 새똥 뒤집어쓴 바위가
천년 가는 혼수(婚需)같네
잎새가 죽은 난과 새 촉이 돋는 난(蘭)은
한 바람에 다른 결로 햇빛 속을 갈마들며
터 잡은 고요의 심지에
수결(手決)하듯 꽃을 버네
남녘의 섬 한 귀퉁이 나를 번질 터가 있어
독필(禿筆)의 그 날까지 번민을 받자 하니
툇마루 볕 바른 자리에
선지(宣紙) 펴는 댓잎 소리
야자수와 소나무가 쪽동백을 아우 삼듯
까마귀와 갈매기가 청보리밭 답청하듯
숨탄것 지상의 한 걸음씩
몸을 내는 얼이 있네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2022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