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저 나무가 우는 법 /이현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9. 2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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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가 우는 법

 

이현정

 

 

뿌리가 있는 것도 서러운 줄 몰랐지

꼿꼿이 견디는 것도 아픈 줄은 내 몰랐지

묵묵한 새벽을 붙잡고

흐느끼는 저 나무

 

나이테 둘렀다고 북받칠 일 없을까

옹이가 박였다고 뜨겁지 않을까

꾹 눌러 삼켰던 울분

물관을 타고 올라

 

꺽, 꺽, 꺽

소리내며

나무가 슬피 운다

 

폐업의 간판이 그믐처럼 걸리던 날

 

밤새워

길어 올린 울음

하릴없이 토해 낸다

 

 

 

―『정형시학』(2022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