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2. 1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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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호

 

 

반쯤 걷어 올린 종아리는

초겨울 김장 때까지 흙밭에

서 있습니다

 

모양 빠지고

헝클어진 머리에

 

아무 맛도

아무 색도 없던

어머니

 

꼬챙이 같던 아버지 성깔도

이유 없던 새끼들 투정도

그래서 다 담으셨는지

 

청빈淸貧의 선비도 아닌

백빈白貧의 흰 가난이

생의 무기였죠

 

 

 

―『시와소금』(2022,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