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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월간산 칼럼] 강북구청장의 `삼각산` 집착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2. 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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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칼럼] 강북구청장의 '삼각산' 집착

 

강북구청장이 취임 이래 몇 년째 북한산을 삼각산이라 바꿔 부르자는 주장을 반복해오고 있다. ‘북한산의 원래 이름은 고려 성종 무렵부터 약 1천 년 동안 사용해온 삼각산(三角山)이며, 북한(北漢)은 산명(山名)이 아니라 북한산성의 약칭, 혹은 서울의 옛이름인 한산의 북쪽을 가리킨 지명이었다’는, 전적으로 납득하기는 어려운 사실(史實)이 개명운동을 펴는 근거다.

산 이름은 북한산뿐 아니라 다른 무수한 산들도 여러 이명(異名)이 있다. 외려 단 한 가지 이름으로만 불린 산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그리고, 이름이든 형태든 세월과 더불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재 이 산의 이름은 삼각산에서 북한산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으며, 현재 서울사람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익숙해져 있다. 이것을 굳이 다시 옛 이름인 삼각산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강북구청장은 거의 모든 행사 때마다 빠짐없이 북한산을 삼각산이라 바꿔 불러달라는 주문을 청중들에게 해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삼각산으로 개명하려는 근거로 은근히 ‘일제’까지 끌어다대고 있다. ‘일제시대 행정구역, 지명개편을 계기로 삼각산과 혼용되다가 1983년 북한산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북한산이 공식 명칭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좀 지나친 견강부회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각각 대표하는 역사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고려사,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이다. 이중 가장 오랜 기록인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보면 삼각산이란 기록은 거의 전무하다. 그러나 북한산, 혹은 북한산성이란 지명은 수십 차례 등장한다. ‘진흥왕 16년 10월에 왕이 北漢山(북한산)에 순행하여 강역을 획정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은 유명한 국보 제3호인 북한산진흥왕순수비와 연관된 것이다. 우선 이렇듯, 역사 기록상 어느 것이 ‘원조’인가를 따진다면 삼각산 아닌 북한산이다.

서울 사람에겐 자연스럽기를 따져도 북한산이 앞서지 않는가 싶다. 삼각산이 진정 뿔 세 개인양 뵈는 곳은 강북구ㆍ도봉구 혹은 북서쪽 너머의 양주시에서다. 서울의 중심부쪽에서 보면 ‘뿔 셋인 산’이 아니다. 대다수 서울 사람들에게 남산은 남쪽에 있으므로 당연히 남산이듯, 북한산은 말 그대로 한강 이북의 산 북한산이 적절한 이름일 수 있는 것이다.

삼국사기에서 고려사로 넘어가면 삼각산이란 표기가 거의 모두다. 이 시대엔 삼각산이란 이름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조선왕조실록으로 가면, 조선조에 들어서도 역시 삼각산이란 지명이 자주 쓰였지만, 북한산성에 대한 언급이 급증함과 더불어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는‘북한(北漢)’도 하나의 산 이름으로 독립적으로 사용되었음이 드러난다. 조선왕조실록 숙종편을 보면 ‘북한산의 사찰(寺刹)이 퇴락했다’거나 ‘북한산은 산세(山勢)가 험하고 견고하며 사면(四面)이 막혀 있다’는 등, 신하와 나눈 대화 기록이 보인다.

외려 이름이 가진 무게를 헤아리고 들면 지금의 우리에겐 북한산이 한결 의미심장하다. 숙종은 선대의 비참했던, 백성이 50만 명이나 노예 상태로 끌려갔던 호란이나 왜란의 치욕을 다시는 겪지 않고자 천험만전지세인 북한산의 산성을 대대적으로 재축조했다.

그 난세의 피눈물과 통한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 그것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늘 되살린다는 뜻에서도 북한산이란 이름을 그냥 살려 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삼각산이란 이름이 치성을 드리는 자리로서 의미가 각별했듯 북한산도 마찬가지로 우리에겐 각별하기 이를 데 없는 이름인 것이다. 북한산은 한자 이름이고 삼각산은 순 우리말인 것도 아니다.


그간 익숙해진 북한산 국립공원이며 북한산 진흥왕순수비니 하는 그 수많은 명칭들을 모두 삼각산으로 바꾸는 일도, 그리고 그 때문에 헷갈리는 일도 참으로 피곤한 일이다. 북한산성은 삼각산 북한산성이 돼야 하는데, 그럼 사람들이 짜증내지 않을까.

구청장 앞에서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행사가 끝나면 “도대체 왜 저러는 거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구청장은 알아야 한다. 여러 사람이 보기에 구청장은 공연한 일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다. 듣는 사람들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구청장이 실은 삼각산이란 이름이 아니라 개명을 이루어냈다는 영예, 달리 말해 자신의 이름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마저도 일고 있다. 


/ 안중국 차장
출처 : 강북구 문화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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