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투수 / 최인숙 봄 향기 투수 최인숙 봄의 투수가 향기의 공을 던진다 글러브도 없이 양손과 가슴으로 공을 받았다 봄의 전율은 가슴에 감돌고 목표도 없이 걷고 또 걸어간다 들길 풍경과 이야기하며 언덕 위에 실버들과 노란 개나리, 먼 산에 진달래도 같이 따라간다 여름의 풋냄새가 물씬 풍기는 진초..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5.03.10
만월(滿月) / 김초혜 만월(滿月) 김초혜 달밤이면 살아온 날들이 다 그립다 만리가 그대와 나 사이에 있어도 한마음으로 달은 뜬다 오늘밤은 잊으며 잊혀지며 사는 일이 더 달빛에 한 생각으로 섞인다 (『서울 지하철 시』. 3호선 충무로)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10.31
자연인 / 심재방 자연인 심재방 산도 물도 좋은 줄 몰라 새가 벗인지 꽃이 님인 줄 몰라 가락을 짓지 않는 바람처럼 노래하고 색감을 모르는 구름처럼 그려요 삽을 메고 물 아래 학처럼 벌판을 가다 사람을 만나면 반겨 웃어 (『서울 지하철 시』. 3호선 충무로)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10.31
해 저무는 충무로 / 최정자 해 저무는 충무로 최정자 지하철 충무로 역 계단을 올라서면 개미같이 부지런한 사람들의 삶터가 있다 힘겨운 가장의 멍에를 목에 걸고 땀 흘리며 바쁜 일손을 움직이는 곳 충무로에 황혼이 찾아들면 작은 목로주점과 카페의 창가에서 비추이는 아름다운 불빛 찾아 목마른 사람들이 찾..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10.31
묘비명 / 오태환 묘비명 오태환 내가 눈으로 세상을 탕진한 것은 희미한 노을 몇 잎 뿐이었고 내가 귀로 세상을 탕진한 것은 궂은 빗소리 몇 마디뿐이었고 내가 입으로 세상을 탕진한 것은 쓴 소주 몇 잔뿐이었고 내가 손으로 세상을 탕진한 것은 부질없는 시詩 몇 줄뿐이었는데 세상이 한번 나를 탕진하..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8.26
대추 한 알 / 장석주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서울 지하철 시』. 4호선 노원역) ----------------------- 문학과책좋은..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6.23
아버지 / 김채영 아버지 김채영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소리도 없이 찾아와서 깊이 잠든 개구리를 깨워놓고 죽은 질경이뿌리를 살려놓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왔던 길로 소리도 없이 가는 봄비처럼 제일 먼저 일어나서 제일 나중에 눕는 어머니 그러나 제일 먼저 일어나서 제일 나중에 눕는 분이 아버지 라..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6.23
그 겨울. 그 봄 / 이춘하 그 겨울. 그 봄 이춘하 지난 겨울에도, 지지난 겨울에도 안부 전화 한 통 없었는데 목련나무는 어찌 북쪽으로 촘촘히 촘촘히 꽃망울을 매달 수 있었는지 몰라 (『서울 지하철 시』. 7호선 노원역)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6.23
그 어떤 지극함으로 / 우미자 그 어떤 지극함으로 우이자 그 어떤 지극함이 있어 이토록 아름다운 꽃들은 나무들은 봄마다 피워내는 것일까 그 얼마나 간절한 원願이 있어 나무들은 해마다 저토록 수많은 이파리들을 하늘을 향하여 손 내밀게 하는 것일까 그 얼마나 지극한 사랑의 힘으로 대지는 꽃잎을 거두어가고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6.23
일기예보 / 이화은 일기예보 이화은 보도블럭 한 페이지에 지렁이 한 마리 온 몸을 밀어 무언가 쓰고 있다 철자법이 맞지 않아도 똑똑한 사람들 모두 비라고 읽는다 한 획만으로도 충분히 천기를 누설하고 있다 내일은 꿈틀꿈틀 비 오시는 날 비라고 써도 사랑이라고 읽는 사람에게 긴긴 연애편지나 써야겠..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