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 / 최은묵 엄마의 말 최은묵 어미 소가 갓 태어난 송아지를 연신 혀로 핥는다 제 몸 가장 부드러운 살로 말을 하는 중이다 (『서울 지하철 시』. 4호선 수유역-강북구청역)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3.31
반달 / 김기수 반달 김기수 전부보다 절반만을 보여주신 당신이 아름다운 이유는 나머지 반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지하철 시』. 4호선 수유역-강북구청역)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3.31
세탁을 하면서 / 조혜경 세탁을 하면서 조혜경 때 묻은 일상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세상 온갖 구정물 소용돌이치며 시원하게 빠져나간다. 향긋한 잔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미처 다 털어내지 못한 구겨진 일상을 힘껏 내리쳐 펼친다. 안락한 자리에 누이고 일광욕을 시킨다. 고달픈 인생사 뽀송하게 바뀌고 힘..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3.31
어머니 / 장혜숙 어머니 장혜숙 시집간 딸은 잘 살아도 안쓰러운지 우리 어머니 고추며 참깨며 쌀을 보낼 때마다 아들네서 받아 모은 용돈 깜장 봉다리에 넣어서 쌀자루 속에 푹 찔러 함께 보낸다 (『서울 지하철 시』. 7호선 상봉역)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3.31
푸른 별에서 / 류명선 푸른 별에서 류명선 그곳으로 가봐야겠다. 부르는 목소리가 슬쩍슬쩍 담 너머로 기웃거리고 수만 마리 산비둘기 하늘로 치솟는구나 평화의 날개짓으로 우리 몸에 박혀진 따뜻한 사랑으로 나는 다시 시작해야겠다. 나직하게 속삭이듯 가버린 사람들의 이름들도 불러봐야겠다. 세상에 지..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3.31
나비 / 도경희 나비 도경희 까치새 앉아 우는 오래된 토담아래 봉숭아꽃 붉게 피었다. 두근두근 첫 소식 전하고 싶어 땅버들 키버들 낭창낭창 늘어진 황새여울 징검돌 건너 나풀나풀 날아가던 그 아이 지금 어디에 있을까. (『서울 지하철 시』. 7호선 상봉역역)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지하철 ♠ 시 201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