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70

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 빈센트 밀레이

활짝 편 손으로 사랑을 ―빈센트 밀레이(1892∼1950) 활짝 편 손에 담긴 사랑, 그것밖에 없습니다. 보석 장식도 없고, 숨기지도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사랑. 누군가 모자 가득 앵초 꽃을 담아 당신에게 불쑥 내밀듯이, 아니면 치마 가득 사과를 담아 주듯이 나는 당신에게 그런 사랑을 드립니..

치매 걸린 시어머니 / 진효임

치매 걸린 시어머니 ―진효임(1943∼) 눈도 못 맞추게 하시던 무서운 시어머니가 명주 베 보름새를 뚝딱 해치우시던 솜씨 좋은 시어머니가 팔십 넘어 치매가 왔습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손발은 말할 것도 없고 방 벽에까지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소변도 못 가리시면서 기저귀를 마다..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 / 김희정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 ―김희정(1967∼ )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 너희들이 태어나고, 제일 먼저 그림자를 버렸단다 사람들은 아빠보고 유령이라 말하지만 너희들이 아빠라고 불러줄 때마다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단다 다음으로 버린 것은 남자라는 단어야 폼 잡았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