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눈물의 중력 /신철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7. 3. 29. 22:17
728x90


눈물의 중력 


신철규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눈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너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못 박힐 손과 발을 몸 안으로 말아 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계간창작과비평(2015년 여름호)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 내가 훔치고 싶은 ♠ 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한에서 /나호열  (0) 2016.02.12
종이의 나라/김양아  (0) 2016.01.05
우울한 샹송 / 이수익  (0) 2014.10.14
행복 / 유치환  (0) 2014.10.14
감자꽃 따기 / 황학주  (0) 2014.08.28